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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독후감

by 레옹달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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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옛날에는 지금과 같은 환경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의 2백만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았을 때 배고픔에서 벗어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또한, 인류 최악의 전쟁은 고작 80년 전에도 발발했다.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사회를 이루는 정치구조, 심지어 국가 자체가 최근에서야 인간이 합의한 ‘가상의 무언가’라는 걸 인지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책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동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이 책은 생각지도 못한 관점들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예를 들면, ‘농업혁명’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약 1만년 전부터 농사를 하며 어느 한 곳에 정착했으며,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을까? 농업 중심의 생활을 하게 되면서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수렵채집인들은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로 농업혁명이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 말한다.

 

이 사례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약 1만년 전까지 호모 사피엔스는 사냥과 채집을 하면서 상당히 편안하게 살고 있었으나, 이후 밀을 재배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다. 2천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많은 지역의 인간은 하루종일 밀을 돌보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동안 신체는 농업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수렵채집에 적응해온 몸은 농업에 적합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많은 병이 생겨났다. 심지어 수십 종의 먹을거리에 의지해 생존했던 수렵채집인과는 달리 농경사회에서는 극히 최근까지도 극소수의 작물에 의존하며 살았다. 즉, 한 해 농사가 망할 경우 농부들은 먹을 것이 없어 수천 수백만 명씩 죽어나갔던 것이다.

 

되짚어보면 농경사회에 살았던 사람은 수렵채집을 하며 살았던 사람에 비해 더 힘들게 살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라는 계획을 했지만, 상황은 다르게 돌아갔다. 농사를 짓는 일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자연히 아이를 더 많이 낳게 되었다. 식량은 빠르게 고갈되었고, 따라서 경작지를 늘려야 했다. 그리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또한, 정착생활은 전염병을 불러왔다.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질병과 영양실조로 허덕였다. 단일 식량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가뭄에 더욱 취약해졌으며, 풍년에 넘쳐나는 창고는 도둑과 적을 불러들이기에 이를 방비하려면 성벽을 쌓고 보초를 서야 했다.

 

그러나 처음의 계획이 빗나갔을 때 그들은 농경을 포기하지 못했다. 이미 여러 세대가 지난 후였기에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상치 못한 결과였던 ‘인구 증가’로 인해 더이상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오늘날의 인류도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를 돌아보면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대입해 보았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맞아떨어진다. 진공청소기,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등은 사람들의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느긋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인류는 좀 더 편한 생활을 추구한 결과 아무도 예상하거나 희망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일부러 농업혁명을 구상하거나 인간을 곡물 재배에 의존하게 만들려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배를 좀 채우고 약간의 안전을 얻는 것을 목표로 했던 사소한 결정이 거듭해서 쌓여, 타는 듯한 태양 아래 노동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역사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키며 변화를 만들고 있다. 수많은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불과 십여년만에 다양한 전자기기를 손에서 떼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거북목, 안구 질환, 체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미 기술에 의존하게 된 몸은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가까운 미래에는 또 어떤 기술이 나와 사람들을 잠식시킬지 모른다. 어쩌면 인공지능이 그 예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되지만, 사람들은 점점 의존하게 되고, 나중에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더라도 되돌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류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변화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앞뒤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떤 시스템에 속해있고, 인류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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