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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희곡

만선(천승세) 시나리오로 바꾸기

by 레옹달 2020.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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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27

 

 S#1(곰치의 집/)

 

 어느 오후, 파도 소리 들려오고 천천히 화면 밝아지면, 난파된 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힘겹게 걸음 옮기며 집으로 들어가는 곰치의 모습 보인다. 카메라는 점점 내려가서 곰치의 집을 비추고, 곰치는 다 쓰러져 가는 자신의 집 마루에 넘어지듯 드러눕는다.

 

곰 치  아무 말도 아니여! (처절하게) 그래, 뱃놈은 물속에서 죽어사 쓰는 법이여. 그것이 팔짜니라아 (열을 올려) 나는 안 죽어! 기어코 배를 부리고 말 것이여! 돛 달 때마다 만선으로 배가 터지는 때가 반다 시 있고말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갓난아기를 등에 멘 구포댁은 곰치가 집에 들어오든 말든 본체도 하지 않고 마당을 서성대며 투덜거리듯 중얼거린다.

 

구포댁 ! 그 꼴로 에미를 보다니……. 눈은 희멀겋게 뜨고는 머리는 산발하고는, 옷은 믓을 입었더라? 옳제! 생모시 저고리 바지를 입고는……. 그 옷은 해 주지도 안었었는디 으디서 빌려 입었단 말잉가? 연철 이 옷이등가?

곰 치 믓이라고? 믄 소리여?

구포댁 (내뱉듯) 우리 도삼이 말이요!

 

자신의 눈앞에서 죽은 아들을 봤다는 구포댁의 말에 곰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벌떡 일어나 앉으며 놀란 눈으로 구포댁을 바라본다.

 

곰 치 믓이라고? 도삼이?

구포댁 아암! 나는 도삼이를 봤어!

곰 치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 도삼이를 봐?

구포댁 봤고말고! 이 에미 손목을 떨어져라 흔들어 댐시러는 믓이라고 했쌌드만은 새끼가 말소리도 똑똑하게 안 하고 실실 웃기만 하고는……. 그러다가…… 그러다가…… 그냥 가 부렀어!

 

아들의 죽음을 직감한 구포댁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도삼이의 환영을 따라가려 몇 걸음 집 밖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다 우뚝 서며 말한다.

 

구포댁 도삼아! 도삼아!

곰 치 저것이…….

구포댁 (사방을 휘둘러보고 나선) 아니, 아니……. 이 매정스런 놈의 새끼가 으디로 가 부렀어? , 도삼어 도삼어으(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으흐흐흐! (운다.)

곰 치 (침통하게) 도삼이는 죽었다!

구포댁 죽었어? 연철이도 죽고

곰 치 아암! 벌써 죽었어!

구포댁 그짓말! 내가 아까 참에도 봤는디?

 

여전히 곰치의 말을 믿지 못하는 구포댁에 곰치는 구포댁의 어깨를 툭툭 치며 제정신을 차리도록 돕는다.

 

곰 치 여봐! 정신 채려!

구포댁 시상에 내 청대 같은 아들놈이 으째 죽는단 말이여? , 다아 그짓말이여! 그짓말! 도삼이는 살었!

 

구포댁은 현실을 부정하려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고, 곰치는 그런 구포댁을 마구 흔들어 댄다.

 

곰 치 아니, 이것이 참말로 미쳤단 말잉가? 여봐! 으째 이려? ? 정신을 채려! 자네까지 이라고 나서면 곰치는 참말로 죽어 나자빠진 줄 안단 말이여!

구포댁 그래, 우리 도삼인 참말로 죽었소? 참말?

곰 치 (비통하게) 아암! , 죽었어

구포댁 그람 남은 놈은…… 남은…… (아기를 들어 보이며) 이놈 하나란 말이제?

 

아기는 구포댁의 손에 잡혀 곤한 잠에서 깨어난다. 부모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는 그저 방실방실 웃고만 있다.

 

곰 치 으음 그놈이 열 살만 되먼 그물을 손질할 놈이여!

구포댁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놈도 그물을 칠 것잉고? 열 살이먼?

곰 치 아암! 열 살만 되먼 그물을 치고말고!

 

구포댁은 갓난아기마저 어부로 만들겠다는 곰치의 말에 아기를 들어 눈앞에다 세우고는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 아이 만큼은 어부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곰 치 나한테 남은 것은 그물하고 이놈하고 슬슬이뿐이여! (허탈하게) 다아 잃었어! …….

구포댁 (불현듯) 우 참! 우리 슬슬이! 아조 범쇠한테 시집보내!

곰 치 (깜짝 놀라) 믓이라고

구포댁 제 발로 얹어 묵는 놈한테 시집가서는 안 되제! 그래도 범쇠는 배를 부링께…….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구포댁은 슬슬이를 범쇠에게 시집보내려 하고, 슬슬이의 이름을 부르며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슬슬이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곰 치 미친 소리! 나가고 없어!

구포댁 (아기를 들쳐 업으며) 그람 찾어사제! 범쇠는 배가 있어!

곰 치 (막아서며) 안 된다! 이 곰치 두 눈이 멀뚱할 때까지는 절대 안 돼! 내일이라도 당장 배 탄다! 으뜬 배라도 타고 만다! 칠산 바다 부서는 아직도 사태여!

 

사고를 겪은 후에도 만선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곰치에 구포댁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간드러지게 웃는다.

 

구포댁 흐흐흐흐 부서가 사태? 그람 내일도 당장 만선이겠네? 흐흐흐흐

곰 치 (질려서) 아니? 니가 참말…….

구포댁 아암! 미쳤다! 미쳤어! (홱 빠져나간다.)

곰 치 저런 육실헐…….

 

 S#2(곰치의 집/)

 

 곰치의 사고 소식을 들은 성삼은 들어오다 허겁지겁 달려 나가는 구포댁의 뒷모습을 의혹에 찬 눈으로 쳐다보다가 불안한 얼굴로 곰치에게 다가선다.

 

성 삼 (어리둥절해서) 아니, 갑자기 믄 일잉가?

곰 치 (퉁명스럽게) 내버려 둬!

성 삼 얼굴이 사색인디?

곰 치 미친 것! ! 곰치는 안 죽어! 내가 죽나 봐라!

 

곰치는 구포댁이 나간 방향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다시 마루에 드러눕는다.

 

성 삼 자네 그 소리 좀 고만 허게! 아짐씨도 오죽허먼 저래? 시상에 한나 남은 도삼이까지 물속에다 처박 었으니……. (손바닥을 털며) 말이 아니여!

곰 치 일일이 눈물 쏟음시러 살려면 한정 없어! 뱃놈은 어차피 물속에 달린 목숨이여!

성 삼 자네도 그만 고집 버릴 때도 됐어!

곰 치 (불만스럽게) 고집?

성 삼 (못을 박아) 아니고 믓잉가?

곰 치 (꼿꼿이 서선) 나는 고집부리는 것이 아니다! 뱃놈은 그렇게 살어사 쓰는 것이여. 누구는 아들 잃고 춤춘다냐? (무겁게) 내 속은 아무도 몰라! 이 곰치 썩는 속은 아무도 몰라…….

 

성삼의 말에 곰치는 회상에 잠기며 회상장면 나온다. 파도가 무섭게 몰아치는 가운데, 이리저리 맥없이 떠나니는 부서진 배,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정신없이 배를 조종하려 노력하는 누군가의 모습. 화면 바뀌면, 곰치가 누군가의 위패를 앞에 두고 향을 피우고 있다. 그 위로 곰치의 말.

 

곰 치 내 조부님이 그러셨어, 만선이 아니면 노 잡지 말라고……. 우리 아부지도 만선 될 고기 떼는 파도가 집채 같어도 쌍돛 달고 쫓아가라 하셨어! (쓸쓸하게) 내 형제가 위로 셋, 아래로 한나 남은 동생 놈마저 죽고 말었제……. …… (허탈하게) 독으로 안 살먼 으찌께 살어.

성 삼 그래, 조부님이나 춘부장 말씀대로만 하실 참잉가?

곰 치 (단호하게) 내일이라도 당장 배 탈 참이다! ! 임 영감 배 아니면 탈 배 없어?

 

S#3(포구/)

 

구포댁이 주위의 눈치를 보며 배를 끌어내 돛을 다는 장면이 보인다. 불길한 느낌의 음악이 잔잔하게 깔린다.

 

S#4(다시 곰치의 집/)

 

성 삼 도삼이 생각도 안 나서?

곰 치 (격하게) 시끄럿! (침착하게) 또 있어! 아들은 또 있어…….

성 삼 갓난쟁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후유 지독한 놈!

곰 치 ……그놈도…… 그놈도…… 열 살만 묵으먼 그물 말어…….

 

S#5(곰치의 집/)

 

 S#4에서 곰치의 말이 나오고 있을 때, 누군가의 급한 발걸음 소리가 입혀진다. 어부 A, 숨이 차도록 급하게 곰치의 집으로 들어온다.

 

어부A 곰치! , 큰일 났네!

곰 치 아니, 믓이 큰일 나

어부A 배가 떴어!

두 사람 (영문을 몰라) 배가 떠?

어부A 자네 안사람이 우실이네 배를 띄웠단 마시!

곰 치 믓이라고?

어부A 벌써 한가운데만큼이나 떠밀리고 있을 것이여

 

갑작스러운 상황에 곰치는 말문이 막혀 혼을 빼고 서 있다. 그런 곰치를 대신해서 성삼이가 어부A에게 묻는다.

 

성 삼 이것이 또 믄 소리여.

어부A 돛까지 올려 띄웠으니 잡을 수도 없고, 그나저나 바람이 웬만해 사 잡을 엄두라도 내제? 또 으디로 떠밀릴지 알기나 해서?

곰 치 아니, 믄 일로? ?

어부A 내가 알어? 진작 봤드라면 내가 배 띄우게 놔둬? 배 삯도 못 치르는 판에 배 하나 또 부서지게 생겼으니……. (쓴 입맛을 다시며) 자네도 큰일이여!

성 삼 대체 믄 곡절이까?

어부A (입에 손을 갖다 대며) 쉬잇! (사립문께를 힐끗하고 나선) 물어보 게나! , 가네! (급히 퇴장.)

 

어부A가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사이, 구포댁 뭐라 중얼대며 들어온다. 그네의 등엔 아기는 온데간데 없고 포대기만이 흘러내려 땅에 질질 끌리고 있다. 곰치는 치밀어 오리는 화에 구포댁에게 와락 달려들어 멱살을 잡는다.

 

곰 치 아니, 으쨌다고 남의 배를 띄웠나? ?

구포댁 (실실 웃으며) 나 배 안 띄웠어! 참말!

곰 치 (목을 움켜쥐고) 말을 햇! 어서! (구포댁의 등을 보곤 기겁해서) 아니, 애기는? 애기는 으따 뒀어? ?

구포댁 (손을 내저으며) 몰라! 나는 몰라! 숨줄이 끊어져도 참말로 몰라!

곰 치 믓이? 말 안 해? (목을 바싹 졸라 대며) 이래도? 이래도?

 

아기를 어딘가에 두고온 구포댁에 화가 난 곰치가 구포댁을 죽일 듯이 몰아붙이자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성삼은 황급히 곰치의 손을 떼어 놓으며 둘을 진정시키려 한다.

 

성 삼 이라먼 못써! 물어 봐사제, 이라먼 못써! (구포댁에게) 아짐씨! 나 성삼인디, 나 알지라우?

구포댁 (연방 고개를 내저으며) 애기는 몰라! 나는 몰라!

곰 치 (다시 구포댁의 목을 졸라 잡고) 이것을 나 죽이고 말 거여! 말 안 할래? 애기 으따가 뒀어? ? 어서 말을 해!

구포댁 갔다! 가 부렀어!

곰 치 믓이? ?

구포댁 쩌그 뭍으로 갔다! 가 뿌렀어!

곰 치 배에다 실어 보냈구나! ?

구포댁 아문! 뭍으로 가야 안 죽어! 지 명대로 살라먼 뭍으로 가야 해! 좋은 사람 좋은 부모 만나서 호강 하고 크라고! 그래사 지 명대로 살탱께! 쩌그 뭍으로 배 타고 갔다!

 

구포댁의 말에 입혀지는 회상장면. 구포댁이 아기를 배에 두고 나오면 배가 바람을 타고 점점 바다 쪽으로 떠가는 모습 보인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곰 치 이런 육실헐! (살기등등한 눈으로 사정없이 목을 조른다.)

구포댁 (숨이 막혀) 오냐아, 오냐, , 죽여라아 어서어 내 새, 새끼는 갔다! , 뭍으로 가 뿌렀어

곰 치 뒈져! 어서 뒈져 뿌럿!

 

곰치가 구포댁의 목을 조르며 죽일 듯이 밀어붙인다. 분에 못 이겨 구포댁을 계속 조르던 곰치는 숨이 막혀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구포댁의 모습에 순간 이성을 되찾고 저 멀리로 던지듯 밀어버린다. 구포댁은 뚱 나가 떨어지지만 여전히 바람 빠진 듯 실실 웃으며 말한다.

 

구포댁 히히히 만선인디, 내가 으째 죽어? (일어나 마당을 뱅뱅 돌며) 슬슬아아 너도 범쇠한테 가그라아 범쇠는 배를 부리지야! (닭 쫓는 시늉을 하며) 어서어! 어서어!

성 삼 (얼굴을 감싸 버리며) 후유!

곰 치 (절규하듯) 이 미친 것아! 몇 년 있으면 그물 손질할 내 새끼를 으따가 띄워 보냈어, 어엉? (미친 사람처럼 살기등등해서 구포댁에게 달려든다.)

구포댁 (훌훌 도망쳐 다니며) 갔어! 갔어어 (찢어지듯 날카롭게) 쩌그 뭍으로 갔당께에. (손을 입에 모 으고 부르는 시늉) 슬슬어으! 슬슬어으! (우편방 속을 향해서) 니도 얼른 범쇠한테 시집가! 범쇠 맘 변하기 전에 싸게싸게 가랑께. (혼자 쌜쭉해선) 바보 같은 가시내, 아 범쇠는 배가 두 척이야, 두 척! (훨훨 활개를 치며) 어서 이렇게 걸어가란 말이여! 어서!

 

한편, 우편방 안의 슬슬이는 아무 소리 없이 눈물만을 흘리며 밖의 상황을 듣고만 있다. 조금 뒤, 무언가 결심한 듯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는 슬슬이의 모습. 다시 마당의 상황, 곰치는 아기를 배에다 띄워 보내고, 슬슬이마저 범쇠에게 보내려고 하는 구포댁을 살기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곰 치 저 육실헐 것을! 그냥……. (성삼에게 급하게) 성삼이! 얼른 가 보세! 붙잡어사제! ? 어서!

성 삼 이 바람 통에 으뜬 미친놈이 배를 내줘? 코딱지만 한 동네 나루로 배가 밀리는 판에?

곰 치 (나가려다) 헛간에 널쪽 있네! 그놈이라도 타고 쫓아가사제!

성 삼 널쪽? 배가 부서지는 판에 널쪽을 타고 쫓아?

곰 치 배보다도 널쪽이 더 나어! 널쪽만 안 놓치먼 집채 같은 파도 속에서도 널쪽은 안 부서져!

성 삼 글씨 안 돼!

곰 치 안 될 것이 믓잉가? 곰치는 해! 어서! 어서! (나간다.)

구포댁 (곰치의 가랑이를 쥐어 잡고) 못 가! 못 간다! 내버려 둬! 뭍에 가서 지 명대로 살게 내버려 두어 못 간다아 못 가아

곰 치 이것 안 놔? 안 놀 것이여? (사정없이 발로 차 버리곤 부리나케 나가 버린다.)

구포댁 못 가! 못 간다는디! 내버려 두어!

 

S#5(곰치의 집/)

 

구포댁 허겁지겁 곰치를 쫓아 나가 버린다. 그런 곰치를 따라 나섰다가 한 참 뒤에 집으로 돌아온 성삼이 침통한 표정으로 혼자 한동안 넋을 빼고 있다간 불현듯 바삐 헛간 쪽으로 간다.

 

성 삼 (처절하게) 기가 막혀! (꺼질 듯) 후유(헛간 속에 발을 들여놓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이럴 수가! 이럴 수가! (헛간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사이 기겁해서 뒷걸음질 쳐 나오며) ? , 슬슬이가! , 슬이가 모, 목을 매고 죽었구나! 슬슬이가 죽었어! 슬슬이가 죽어! (신음처럼) 허어슬슬이가 죽다니.

 

성삼, 슬슬이의 죽음을 목격하고 감전당한 듯 그 자리에 넋 빼고 서 있다간 소스라치며 달음질쳐 나가 버린다.

 

성 삼 곰치야아 이놈아아 이 만선에 미친 놈아 .

 

성삼, 단말마의 울부짖음 점점 커지며 카메라는 위로 올라간다. 기세 좋은 바람, 마당을 휩쓸고 지나간다. 긴 장대가 건들건들, 널린 보잘것없는 생선들이 따라 건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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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이가 고등학생 때 열심히 바꿔본 시나리오입니다. 아마 틀린 게 많을 거에요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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