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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리뷰/국내 웹소설 분석

[논문 리뷰] 한국 웹소설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서사적 특성 연구

by 레옹달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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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에 대한 논문이 있다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 논문을 읽어보았다.

 

사실 지금의 '로맨스판타지' 장르는 말만 판타지가 붙었지 사실상 '서양 로맨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중세 비스무리한 배경에 귀족들과 황제가 나오고 로맨스에 판타지스러움을 조금 추가한 정도다.(물론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들도 있지만 말이다.) 

 

논문에서는 '이 글은 한국 장르소설 중 판타지 장르의 배경이 로맨스판타지의 그것으로 연장되었다는 데 전제를 둔다'라며 로맨스판타지 장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표 1] 로맨스판타지 소설의 배경

구분 특성
동양 신분제(황제/고대 중국 혹은 삼국, 고려, 조선), 기업화되지 않은 상단 중심의 자본주의, 주술이 있는 세계
서양 신분제(황제/오등작의 귀족/평민/노예, 신관, 수사, 사병+군대가 있는 서양), 기업화되지 않은 상단 중심의 자본주의, 마법(Mana, Circle)과 신, 이종족이 있는 세계
중세 서양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 『반지의 제왕』 의 영향을 받으며 표준화된 톨킨의 세계관을 활용하는데, 용을 비롯한 신비한 이종족들이 있는 중세 마법세계라 할 수 있다. 한편 내공을 쌓아 적들과 투쟁하는 동양(옛 중국과 한국)의 무림세계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신분제가 있는 기숙사 학교를 배경으로 한 근세 서양, 요괴와 기이한 사건이 존재하는 현대 한국, 그리고 게임/책에 접속되는 ‘던전’ 등의 세계가 등장한다. 이들 세계의 특징은 ‘마나’(Mana)나 ‘기’(氣), 그리고 ‘레벨’(Level) 등 개인이 초자연적인 능력을 모험을 통해 얻는 ‘2차 세계’로, 판타지 소설에서 익숙하게 활용된 세계이다. 로맨스판타지 소설에서도 동일한 세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판타지 세계의 주인공(남성인물)이 겪는 모험과 비슷한 형태의 모험을 로맨스판타지 세계의 여성인물들이 경험한다 하겠다. 이종족들이 등장하며 마법이나 기 등의 신비한 능력이 활용되는 낯선 세계에서 로맨스판타지 소설의 인물들은 로맨스장르보다 늘어난 분량을 연애 외의 모험으로 채운다.

 

로맨스판타지 소설의 배경에 대한 내용이다. 이렇게 정리된 표를 놓고 보니 제법 흥미로워 보였다. 이 다음으로 눈이 가는 내용은 로맨스 장르와 로판 장르 간의 분량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 두 곳을 비교하면 카카오페이지에서의 분량이 더 많고, 로맨스와 로맨스판타지 장르를 비교하면 거의 50편이 더 많을 정도로 로판 장르의 분량이 많았다.(카카오페이지 기준 로맨스는 평균 103편, 로맨스판타지는 평균 196.7편)

 

그리고 로맨스와 로맨스판타지 간의 차이점을 정리해 놓은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로맨스장르의 주 특징은 개성이 다른 두 인물이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진 후 오해와 이해를 거듭하며 그 사랑을 이루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곧 행복한 결혼, 결혼생활, 사랑, 열정적 접촉, 계약결혼에서 빚어진 사랑 등이 제목과 중심내용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중심 서사이자 로맨스가 언급하는 ‘보상’임을 알 수 있다. 21세기 한국의 인물이 중심으로, 등장인물을 둘러싼 초현실적인 상황이 등장할지라도, 그것은 두 사람의 사랑을 공고하게 하는 데 집중된다.

로맨스판타지의 경우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 외의 다른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판타지 소재에서 활용되곤 하는 ‘~물’ 소재를 살펴볼 수 있는데, 차원이동이나 환생, 회귀 등의 모티프가 쓰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인공에게 일정한 미션이 부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권력을 잡기 위해 애쓰거나 위험에 처한 가족들을 구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회복하고 삶을 복구하고자 애쓰는 경우가 그것이다.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인물들은 한 번씩은 자기 목숨을 걸고 위험에 빠졌다가 살아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을 위험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것이 상대의 죽음을 자초할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복수와 투쟁, 싸움 등은 판타지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성취를 위한 모험과 유사하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인물들은 사랑뿐 아니라 자신이 목표했던 복수, 구원, 회복, 권력욕 등을 충족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로맨스판타지 장르에서 ‘모험’이자 ‘보상’은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은 주변 환경을 타파하고 인정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실수하기도 하고 투쟁하기도 하며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사랑을 이루는 것 외에도 자신의 삶을 확장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로맨스판타지는 기존 로맨스 서사에 모험을 추가했다 할 수 있다.

사랑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인물, 남성의 성취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하는 여성 인물, 다양한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 여성들이 남성의 사랑을 공평하게 받고자 갈등 없이 지내는 이야기는 그간 영웅서사에서 익숙하게 변주되어 온 바이다.

로맨스판타지 장르에서 여성서사에 대한 탐색은 현재 두 갈래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악녀로 치부된 인물들을 재해석하는 것, 둘째, 여성 간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악녀로 취급받던 여주인공들은 실상 자기의 임무에 충실했고, 타인에게서 사랑받고 싶어 했던 인물들이었 다. 그러나 원가족과 남성주인공들에게 다른 사랑 대상이 등장하면서 여주인공들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자 악인으로 취급받는다. 이러한 전개는 여성의 위치가 실상 동등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사랑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순간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드러낸다. 기존 로맨스 서사에서 ‘악녀’가 남성인물의 사랑을 얻고자 악녀가 된 것과 달리, 로맨스판타지 소설에 서는 그것을 포기하고, 남성인물의 실체를 직시하며 더 나아가 자기 욕망을 이루기 위해 남성인물을 처단하는 것, 더 나아가 신분 차별을 받는 인물들, 정서적으로 학대당하던 소수자 들을 모으며 타인의 행복을 존중할 줄 아는,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것까지 다룬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은 논문이었다. 직접 읽어보면 로맨스판타지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어느정도는 높일 수 있는 논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 이 글의 주된 출처는 안상원. (2019). 한국 웹소설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서사적 특성 연구. 인문콘텐츠, (55), 219-234.입니다. *

 

한국 웹소설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서사적 특성 연구 

 

한국 웹소설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서사적 특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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